여행을 떠나다!

닛코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린 순간, 주위는 온통 초록 일색이어서 왠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속으로 불쑥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닛코의 여름은 도쿄에 사는 외국인인 저에게는 전혀 다른 별천지였습니다. 이곳은 정말 기분 전환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번에 우리는 오쿠닛코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도부 닛코역에서 호텔의 셔틀버스를 타고 산으로 향하자 창밖에서는 역사적인 거리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쿄 다리의 아름다움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곳을 지나자 나무들로 둘러싸인 길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이라도 야생 동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오쿠닛코의 주젠지 가나야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호텔 건물은 산 경사면에 기대듯 세워져 있었습니다. 왠지 호텔이 눈앞 주젠지호의 아름다움을 방해하지 않도록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큰 호수인 주젠지호는 2만 년 전에 난타이산의 분화로 형성되었습니다. 이 난타이산은 지금도 주젠지 호반에 그 웅장한 모습으로 있습니다. 그 몇천 년 후 '쇼도쇼닌'이라는 승려가 난타이산 정상에 서서 이곳을 발견. 그때부터 이 지역은 수행자에게는 성지가 되었고 여행자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또한, 표고 약 1,300m로 높아 여름은 시원하므로 많은 외교관이 이 지역에 여름 별장을 짓게 되었습니다.

닛코와 세계의 만남

닛코는 일본 국내 여행객에게도 인기가 높지만, 해외 여행객에게도 인기 있는 곳입니다. 닛코 거리와 주변 지역은 서구의 저명한 정치가와 역사적으로 관련돼 있고 그래서 이곳의 많은 매력을 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특히 오쿠닛코의 문화와 건축물에 여실히 드러나 있습니다.

맨 처음 만난 닛코와 서양이 혼합된 역사적인 건물은 주젠지호 보트하우스였습니다. 주젠지 가나야 호텔에 아주 가까이 있으며 서양 문화와 일본 문화가 만난 멋진 건물로 전후에 미군 장교의 휴양 시설로 건설된 것입니다. 지금은 주젠지호와 난타이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촬영할 수 있는 절호의 명소입니다.

우리는 포트하우스에서 호수를 볼 수 있는 유람선을 타기로 하고 페리 승선장으로 향했습니다. 오쿠닛코의 역사를 말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대사관 별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페리에서 보이는 호수의 경관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고 호수 위에서는 낚시 등 계절별 레저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영국 외교관이었던 '아네스트 사토'가 지은 최초의 대사관 별장으로 향했습니다. '아네스트 사토'는 메이지 유신에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외교관입니다. 그 건물은 최근 복원돼 마치 어제 지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영국의 전통적인 건물로 누구나 알고 있는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의 건물이었습니다. 새 흰 벽은 다양한 책과 사진으로 가득 차 있어서 셜록 홈스의 서재라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토 씨 가족의 흑백사진이 여러 장 장식돼 있는데, 그 사진을 보다 보면 이 건물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2층에는 영국식 카페가 있어서 주젠지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옆 건물은 구 이탈리아 대사관 별장으로 이 건물도 복원돼 옛 매력을 되찾아 방문객들을 매료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이탈리아를 모티브로 융합한 건물로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호수에 접한 방의 미닫이문과 천장에 대나무를 사용한 설계 등 이 별장은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해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두 가지 요소를 융합시킨 독특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념공원의 관리인 중 한 사람이 우리 쪽으로 오셔서 이탈리아의 코모호와 주젠지호의 비슷한 점에 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오호,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외교가 이곳에서 풍부한 자연을 통해 펼쳐지고 있었군요.

도회를 떠나 진정한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좋은 호텔에 숙박하는 것이 절대 조건입니다. 주젠지 가나야 호텔은 오랜 역사와 탁월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서양식 호텔입니다. 이 호텔에서는 현지에서 잡은 송어에 일본 요리의 분위기 낸 프랑스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 호텔은 싱싱한 초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많은 목재를 사용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연 속에서 일본과 서양이 완벽하리만치 균형을 이루는 것이기도 합니다.

닛코의 여름은 물의 계절

닛코의 곳곳에서는 보석 같은 아름다운 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닛코 자연 박물관 스태프도 이 지역은 물과 보호 야생 동물의 보고라고 했습니다. 박물관 다음에 간 곳은 닛코의 많은 폭포 중의 하나이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게곤노타키 폭포입니다. 아케치다이라 로프웨이를 타고 아케치다이라 전망대에서 가서 주젠지호에서 떨어지는 낙차 약 100m의 폭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폭포 물은 더 높은 지점에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태풍으로 지형이 변해 하나였던 폭포가 여러 개로 나누어졌기 때문에 이전보다 낮은 지점에서 물이 떨어지게 되었다고 했지만, 그래도 폭포는 마음을 울릴 정도로 멋진 경관이었으며 가까이 가서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으면 무료 또는 유료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유료 전망대에서는 엘리베이터로 내려가 아래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에 왔을 때는 비가 올 것 같았지만 게곤노타키 폭포를 구경하기에는 정말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안개와 폭포 주변의 녹음이 마치 별천지라도 온 것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쾌청한 날씨였습니다. 같은 장소인데 전혀 다른 곳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젠지호에는 새로운 색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색은 하루에도 다양한 색으로 바뀝니다. 녹색이 청색으로 그리고 은색으로 그사이의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합니다. 그 사이에도 난타이산은 선명하게 정상까지 전망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우리가 산이나 숲을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였습니다.

주젠지호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해 우리는 닛코의 저공해 버스를 타고 주젠지호보다 조금 작은 사이노코 호수로 갔습니다. 버스 외의 교통수단이 금지된 이곳은 갈수록 점점 숲속 깊숙이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우리 쪽 차창 밖은 초목이 높게 자라있어서 끊기거나 잘린 흔적도 없고 사슴이 다른 곳에서 풀을 먹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곳은 사이노코 호수로 연결된 아름다운 좁은 길이였습니다. 이 길은 아름답게 빛나는 싱싱한 나무들이 여름 햇빛을 차단해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네이처 가이드 모리타 씨 말에 의하면 이 지역은 다양한 포유동물이나 들새에게는 천국이랍니다. 우리는 원숭이 가족과 무리를 봤습니다. 우리가 오기 며칠 전에는 곰도 나왔다고 합니다. 조금 많이 걸었는데도 나무와 식물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 모리타 씨의 안내를 받으며 숲속으로 들어가 난타이산이 마치 남쪽의 섬 같은 깜짝 놀랄만한 멋진 풍경을 봤습니다. '센주가하마'라는 특별한 곳입니다. 저공해 버스를 타야만 올 수 있는 곳이어서 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마지막에 또 하나의 폭포 '류즈노타키'를 둘러보고 이 여행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류즈노타키 폭포에는 이름 그대로 용의 머리같이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습니다. 폭포 주위는 녹음과 떨어지는 물소리가 폭포가 살아 숨을 쉬는 듯 느껴졌습니다.

이 폭포는 상류보다는 폭포 아래로 내려가 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래로 내려가면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에 작은 찻집이 있어서 전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낮에 걷고 난 후에는 좋은 휴식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 여행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는데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순조롭고 쾌적하게 달리는 특급열차 리바티호에 몸을 싣고 자버릴 것 같았지만, 열차 안에서는 이미 다음 번엔 닛코에 언제 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닛코는 도쿄에서 당일치기로 와도 좋지만, 하루에 닛코를 다 볼 수는 없습니다. 닛코와 오쿠닛코에는 가보고 싶은 곳이 정말 많습니다. 닛코는 가을이라고 하지만, 여름의 닛코에는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야생 동물과 만나거나 도쿄의 여름과는 또 다른 시원한 날씨 등도 포함해 어느 계절에 가든 닛코는 누구에게나 멋진 경승지입니다. 서양의 다양한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 정말 많지만, 그런 곳에도 일본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고 도쿄를 떠나 힐링하고 싶다면 닛코는 빠뜨릴 수 없는 여행지입니다.

에도 시대로 타임슬립해 문화나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프티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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