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다 거리에 스카이트리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도쿄를 방문한 외국인이라면 아사쿠사의 절이나 상점가는 꼭 가보겠죠. 스미다가와 강기슭에서 스카이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즈마바시를 건너 스미다 방면으로 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도쿄 스카이트리 바로 아래 있는 스미다가와 강 반대쪽은 아사쿠사 쪽에 비해 조용해도 마찬가지로 흥미 깊고 옛 일본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숨겨진 예술이 만날 수 있는 조용한 길을 산책하며 세계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일본의 예술가 중 한 사람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발자취를 따라가 봐요.

도쿄 스카이트리, 일본의 전통을 조류로 갖는 현대 건축의 기수

높이 634m의 도쿄 스카이트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립식 전파탑이다.

태양이 빛나는 상쾌한 아침, 도쿄 스카이트리는 파란 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고개를 들고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보다가 목이라도 다치기 전에 다양한 매장과 레스트랑이 미로처럼 즐비한 관내로 들어갔다. 나는 거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에 기대를 품고 바로 덴보데크로 향했다. 외국인이면 기다리지 않고 원활하게 입장할 수 있도록 4층에 개설된 Fast Skytree Ticket Counter에서 티켓을 샀다.

우리는 라이트에 비친 미래적이고 화려한 복도를 통과해 거의 바로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은 너무 조용해서 분속 600m로 상승 중이라는 표시만이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내가 전망 데크에 도착한 것을 안 것은 엘리베이터 안내 스태프의 차분한 목소리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커다란 창문으로 밝은 빛이 눈부셨지만 곧 대도시 도쿄의 거리 풍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복잡하게 얽힌 회색 빌딩군 속에서 몇몇 유명한 건축물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높이 350m의 덴보 데크에서 본 전망

건물의 정교한 모형처럼 멀리까지 이어지는 많은 건물들 중에서 내가 아는 곳을 확인해 보려고 했다. 또 스크린 패널을 참고해 유명한 관광 장소를 발견하기도 하고 야경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생들이 모인 학교 운동장이나 복잡한 전철 선로 위에 스카이트리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광경이었다.

덴보 데크 투어 후에는 매장에 들어가 보거나 유리 바닥을 통해 발 아래로 보이는 경치와 타워 철골을 볼 수 있는 곳에도 서봤다.

350m의 덴보 데크에서는 아직이라고 비웃는 듯 450m 높이에 있는 덴보 회랑으로 향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 엘리베이터는 기대감으로 두근두근했고 밖을 볼 수 있는 덴보 셔틀에서 본 경치는 정말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만약 350m에서 본 전망으로는 스릴이 부족하다면 450m도 추천

지상으로 내려온 나는 이 지역 공예나 기념품 그리고 스미다의 역사와 산업 정보 코너에 있는 '스미다 마치도코로'에 갔다. 여기는 스미다의 장인이나 예술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실연 코너에서는 직접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대모갑으로 액세서리나 장식품을 만드는 이소가이 씨 

스미다 마치도코로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일본의 공예품이다. 이 공예품은 일본의 멋진 기술을 이용해 만든 전통 짚신이나 기메코미 인형부터 시작해 혁신적이고 귀여운 로봇, 반짝반짝 빛나는 휴대전화 부속품까지 있다. 스미다 마치도코로에서 스미다구의 멋진 장인 정신을 접한 후 좀더 다양한 공예품을 보고 싶어졌다.

일본의 병풍, 그것은 가구이며 장식이기도 하고 그리고 화가에게는 캠버스이기도 하다.

처음 들른 곳은 예술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병풍 전문점이다.

가타오카 병풍점은 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타오카 병풍점 병풍은 방에 일본풍 분위기를 더해 주므로 장식품으로도 좋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여행 선물로도 좋으며 모든 제품에는 끊임없이 정진한 일본 장인 기술이 들어있다. 3대째 이어온 가게주인 가타오카 고토 씨는 '병풍은 약 1,300년 전 중국에서 전해져 일본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더해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이 병풍점에서는 현대적으로 어레인지를 더해 외국인 관광객용으로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인기 시리즈인 '부악삼십육경'의 병풍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 아래'는 셔터 속도를 1/10000 정도로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림인데, 호쿠사이는 상상력만으로 이 그림을 그렸어요. 경이 그 자체죠. 그때까지 그런 도전을 한 화가는 아무도 없었죠. 호쿠사이는 성격이 괴팍했다고 하는데, 그 성격이 이런 독창성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겠군요"" 가타오카 씨는 일본 국내와 해외에서 인기 있는 호쿠사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줬다.

호쿠사이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 아래"

일생을 거의 스미다 지역에서 보내 어떤 의미로 스미다구의 관광대사이기도 한 호쿠사이는 근년 개관한 스미다 호쿠사이 미술관에서 그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C)Forward Stroke
호쿠사이의 주거를 재현한 전시와 혁신적 미술관의 외관

하지만 스미다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쿠사이가 우키요에의 영감을 받은 다양한 장소를 방문할 수도 있다.

스미다 공원과 우시지마 신사

우리의 호쿠사이 순례 여행은 한가로운 일본 정원과 도쿄 스카이트리의 콘트라스트를 볼 수 있는 스미다 공원에 도착했다. 세월이 흘렀다는 걸 새삼 느꼈다.

스미다 공원의 연못과 도쿄 스카이트리

바위 위에서 거북이가 등을 말리고 있는 조용한 연못을 둘러보면 커다란 렌즈를 잡고 끈기 있게 셔터 찬스를 기다리며 버드워칭 하는 사람들, 물가에서 샤미센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연세 드신 노인네 등이 있었다. 이것은 마치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스미다에 살던 당시 봤던 광경과 유사해 우키요에에서 빠져나온 듯한 장면이었다.

조금 걸어서 우리는 우시지마 신사에 도착했다. 820년에 건립된 신사로 일찍이 이 주변에서 소를 방목한 데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일본의 신사에 참배할 때는 먼저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습관에 따르는 것을 잊지 말고

우시지마 신사의 유명한 '나데우시'는 본인의 신체 중 좋지 않은 부위와 같은 소 석상의 부위를 만지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호쿠사이가 봉납했다는 그의 걸작 '스사노오노미코토 액신 퇴치도'는 정의 편인 스사노오 수명과 다양한 재난을 15체로 의인화한 액신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1923년 관동대지진 때 화재로 소실됐다. 지금은 남아 있던 흑백사진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채색해 복원한 것을 스미다 호쿠사이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호쿠사이의 걸작 중 하나인 '스사노오노미코토 액신 퇴치도'

파워스폿이라 하는 미메구리 신사

우리는 조용하고 조금은 시골티가 나는 길을 계속 걸었다. 이따금 지금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다비(일본식 버선) 장인과 현대적인 디자인의 티셔츠를 염색하고 있는 공방 등을 만났다. 그러는 동안에 한층 더 정숙함이 감도는 또하나의 신사에 도착했다.

미메구리 신사는 흔히 말하는 '파워스폿'이다. 사실 이 말은 일본에서 만든 영어다. 사람들은 여기에 오면 특별한 힘을 느끼고 건강해지거나 마음이 차분해지는 장소다. 나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어떤 영향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바로 이상한 조용함에 싸여 손끝이 간질간질한 것 같았다. 신사 안은 삼각형을 그리듯 순례하는 이색적인 통로를 따라가면 주홍색의 도리이와 번영을 가져온다는 이나리의 사자인 '흰여우'와 만날 수 있다. 또한 거기에는 서로 지지하는 세 개의 도리이가 지키고 있는 우물도 있었다.

호쿠사이는 이 신기한 신사의 에도시대 모습을 그려서 매우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

"신판 우키에 미메구리 우시고젠 료샤노즈"는 독특한 구도로 그려져 있다

기메코미 인형과 시라히게 신사


이 지역에는 장인의 공방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에도 기메코미 인형 공방에 가보기로 했다. 공방에서는 버드나무를 자른 모형 위로 헝겊을 붙이는 전통적인 기메코미 세공으로 일본에는 다양한 인형을 제작하고 있다. 호화로운 히나 인형, 마네키네코, 귀여운 부엉이 등 재수가 좋다고 알려진 것들이다.

이 작은 공방에서는 기메코미 인형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한 재료와 만드는 방법의 설명이 요금에 포함돼 있다.

다음에 들른 곳은 익살스런 '그림책 스미다가와 강 양기슭 일람' 시리즈에 그려진 시라히게 신사다.

처음에는 호쿠사이의 우키요에게 그려진 듯한 풍경을 볼 수 있을까 하고 기대를 했었지만 곧 현대의 스미다구에서는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세월이 흘렀을 뿐만 아니라 호쿠사이의 작품은 그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고도의 양식화된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에도 시대부터 계승된 떡 사쿠라모치를 맛보다

거의 하루 종일 걸어다녔으므로 조금 쉬기로 했다. 호쿠사이 시대를 테마로 한다면 조메지 사쿠라모치를 빠뜨릴 수는 없었다. 팥소를 넣은 떡을 소금에 절인 벚나무잎으로 싼 것으로 에도 시대부터 먹었다.

소금기가 있는 섬세한 벚나무잎과 떡 그리고 팥소는 맛있었고 함께 나오는 녹차와 같이 먹었더니 피로가 풀린 듯했다.

스미다가와 신사

호쿠사이의 또 다른 걸작 '설월화 스미다'에 그려진 스미다가와 신사도 방문했다. 지금은 뒤에 있는 고속도로 때문에 잘 안 보이지만, 에도 시대에는 스미다가와 강물이 여기까지 와 있어서 물 신사라고 했다고도 한다.

설월화 스미다
신사에는 '고마이누'가 아닌 '고마카메'가 있다

호센지 절과 모쿠보지 절

역사와 예술을 둘러보는 하루의 마지막에는 호쿠사이의 작품에 등장하는 호쿠센지 절과 모쿠보지 절에 갔다.

'데라시마 호센지 절에 참배'에 그려진 호센지 절

호쿠사이가 60대인지 70대경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호센지 절에 참배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이 우키요에는 스미다구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호쿠사이의 작품 '우메와카의 가을 달'은 유리 케이스에, 그리고 모쿠보지 절의 우메와카도 당은 유리실에 전시돼 있다.

모쿠보지 절은 엄마와 헤어진 끝에 스미다가와 강 가까이에서 목숨을 잃은 소년 우메와카 전설과 관련이 있다.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미쳐서 자식을 찾아 헤맸다고 한다. 호쿠사이는 이 세상에서 상봉하지 못한 모자가 배를 타고 정겨워하는 모습을 그렸다.

가네가후치역과 도쿄 스카이트리의 야경

이 멋진 경치를 보기 위해 우리는 아라카와 강둑을 걸었다

우리는 가네가후치역 가까이 도착했을 무렵에는 날도 어둑해졌으므로 도쿄 스카이트리의 일루미네이션 사진을 찍었다. 그것은 다양한 장소를 방문해서 알찬 하루를 마치기에는 완벽한 엔딩이었다. 호쿠사이의 고향을 찾아보고 그가 예술가로서 각각 다른 무대에서 그린 작품에 관련된 장소를 방문함으로써 왜 이처럼 많은 작품을 남긴 그가 일본의 예술가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존재인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호쿠사이가 88세로 세상을 떠날 때 한탄했다는 말로 미루어 보면 호쿠사이 자신에게 그 인생은 결코 길지 않았던 모양이다.

"최소한 앞으로 10년 아니 5년만 더 살 수 있다면 진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텐데"

※ 소개한 호쿠사이의 작품은 '스미다 호쿠사이 미술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도쿄 스카이트리
http://www.tokyo-skytree.jp/en/
가타오카 병풍점
http://www.byoubu.co.jp/
스미다 호쿠사이 미술관
http://hokusai-museum.jp/?lang=en
가쓰시카 호쿠사이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사이트
http://hokusai-sumida.jp/pc/e.html
기메코미 인형 체험 클래스 예약
http://edokimekomi.com/taiken/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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