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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야 호텔: 지나온 과거와의 만남

가나야 호텔은 도부 닛코역에서 버스로 불과 5분 거리, 신쿄 다리 바로 앞에 있다.

얼굴에 찬 바람을 맞으며 언덕길을 올라가자 호텔 가로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홍색 목각 장식 받침대 위에 설치된 가로등은 유리에 씌어진 'KANAYA HOTEL' 글자가 말쑥하다. 특히 눈에 띄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마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의 불가사이 한 세계를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면 현관이 가까워졌다. 건물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것은 서양식 건물인데 일본풍 특징을 갖추고 있는 듯 보여서 당혹감을 느꼈다. 서양인 입장에서 이 건물은 어딘가 친근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독특한 동양적인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현관의 회전문을 빠져나와 로비에 발을 들여놓자 이번에는 100년 전의 세계에 온 듯한 기분조차 들었다.

전체적으로는 호화스럽게 만들어진 산장처럼 보이지만 문 장식에 사용된 닛코 특산인 복잡하고 색채가 풍부한 목각인 닛코보리가 눈길을 끌었다. 또한, 로비를 둘러보면 신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홍색 손잡이가 있는 등 일본적인 요소가 곳곳에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카운터 뒷벽은 응회석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응회석은 이 지방에서 산출하는 용암과 용암재로 형성된 화산암으로 메이지 시대에 일본에서 건축재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 벽에 장식된 두 장의 사진 속 인물이야말로 가나야 호텔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한 사람은 미국인 선교사 제임스 카티스 헤본이고 또 한 사람은 영국인 작가 이사벨라 버드다.

1921년경의 가나야 호텔

전설적 호텔의 기원

가나야 호텔의 시작은 제임스 카티스 헤본이 1871년 닛코를 방문해 도쇼구의 악사였던 가나야 젠이치로 집에 머물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닛코가 외국인이 여행하기에 좋다고 생각한 헤본은 가나야에게 외국인 전용 숙박 하우스를 열도록 권했다고 한다.

가나야 젠이치로는 헤본의 조언에 따라 1873년 외국인 전용 코티지 인을 개업했다. 1878년, 기행 작가 이사벨라 버드가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의 여행 도중에 가나야 코티지 인에 12일 동안 숙박했다. 버드는 1880년 출판한 '일본 오지 기행(Unbeaten tracks in Japan)'에 코티지 인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그녀는 숙박하면서 보거나 경험한 모든 것을 선명하게 묘사하고 또 나름대로 자신이 고찰한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다음 내용을 읽어 보면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도 그녀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방이 이렇게까지 깨끗하지 않은 편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주 한다. 왜냐하면, 잉크를 떨어뜨리거나 매트에 자국을 내거나 종이로 만들어진 창문을 망가트려 버릴 것 같아 항상 조마조마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사벨라 버드 저 '일본 오지 기행(Unbeaten tracks in Japan)'의 방 묘사 부분 인용

가나야 호텔 역사관은 현재 건축 유산이 돼 있다. 장소는 코티지 인의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옆.

버드가 머물렀던 곳은 지금의 가나야 호텔 건물이 아니라 코티지 인에 숙박하고 있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일본 건축의 이 건물은 가나야 호텔의 기원이 된 건물이다. 당시 외국인 여행자로부터 무사 저택이란 뜻의 '사무라이 야시키'라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지금 이 건물은 '가나야 호텔 역사관'으로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메이지 시대에 개국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닛코는 외국의 요인이나 모국을 떠나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다. 당연히 가나야 호텔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 온 내빈 아서 오브 코너트 공이나 미국인 작가 헬렌 켈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의 저명 인들에게 여기는 편안히 쉴 수 있는 숙박 장소였다.

예술 작품과 역사가 산재하는 관내

붉은 융단이 깔린 복도를 지나 사치스럽게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가면 이 호텔을 방문했던 저명 인물 등이 등장하는 흑백 사진 앞에 무심코 발을 멈추고 들여다보게 된다. 그 사진 속 인물들이 같은 계단을 왔다 갔다 하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된다.

가나야 호텔 복도. 여기를 찾아온 사람들의 많은 기념사진과 전시물이 장식돼 있다.

호텔 안 곳곳에 미술품이 장식돼 있다. 메이지 시대 램프, 1세기 전의 백과사전, 앤티크 식기, 정교하고 치밀한 장식의 거울 등. 내 마음에 든 것은 호텔 바의 응회석 난로다. 일설에 따르면 이 난로는 도쿄의 데이코쿠 호텔 설계자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했다는 말이 있다. 데이코쿠 호텔도 응회석 특질을 활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책과 스카치를 들고 난로 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 이름은 '데이사이트(Dacite)' 회응석 학술명에서 따서 붙였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관내를 둘러본 후 내 방에 도착했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그 따뜻하고 우아한 분위기에 마음이 푸근해지고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 분위기야말로 이 호텔 특유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에는 다다미방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목곽 장식이 달려 있었고 창문은 미닫이 설계였다. 특히 흥미를 끈 것은 스팀 히터가 있다는 것이었다. 스팀 히터는 일본에서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스팀 히터를 켜고 기분 좋게 쉬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났다. 시계를 보니까 오후 6시였다. 초인종 소리로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것은 오래전부터의 이 호텔 습관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예전에는 식사 시간을 알리기 위해 징을 사용했다고 한다. 다이닝 홀에 가서 홀의 정교하고 치밀한 장식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식사가 되리라는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었다.

다이닝 룸의 기둥머리 조각은 저명한 장인 작품. 앤티크 식기도 장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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